언제 잰 값인지를 적어야 했다

틀린 값이 화면에 뜨기 전에 먼저 재 봤다

같은 숫자라도 어제 잰 것과 오늘 잰 것은 다를 수 있다. 몸무게가 그렇다. 그래서 화면에 숫자를 띄우려면 그 숫자를 언제 잰 것으로 보여 줄지부터 정해야 한다.

9월 1일 저녁에 미미가 뽑은 회사를 누르면 열리는 창에 숫자 여섯을 새로 넣었다. 넣기 전에 먼저 물었다. 이 여섯을 뽑던 날 숫자로 고정해 둘까, 매일 새로 받을까.

재 보니 여섯은 한쪽으로 모이지 않았다. 셋은 매일 받아야 했고, 셋은 뽑던 날 숫자로 고정해 둬야 했다.

그날의 시간순2026-09-01 ~ 09-05 · KST
시각무슨 일이 있었나
09-01 저녁앞선 몇 주에 뽑은 회사들의 뽑던 날 주가와 8월 마지막 날 주가를 나란히 놓고 견줘 봤다
09-01 21:44여섯을 넣으면서 둘로 갈랐다. 고정해 둔 줄에만 도장을 따로 붙였다
〃도장 개수를 세던 검사가 세는 방식을 고쳤다
09-01 21:48화면에 내보냈다
09-01 21:55"고정해 둔 값은 9월 5일에 뽑는 회사부터 채워진다" 를 다음에 볼 자리에 적었다
09-02 06:15같은 칸에 세 번째 시각이 들어왔다
09-05 (토)고정해 둔 값이 처음 채워지는 날. 화면에서 확인한 기록은 없다

뽑던 날 숫자와 지금 숫자를 나란히 놓아 봤다

미미는 매주 토요일 아침에 그 주에 지켜볼 회사를 골라 내놓는다. 이걸 발행이라고 부른다. 발행한 회사를 누르면 창이 하나 열린다. 이날 그 창에 넣은 숫자는 여섯이다. 주식을 보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지표이고, 이름도 화면에 적힌 그대로 옮긴다. 이름을 알아 두면 다른 데서 다시 만났을 때 알아볼 수 있다.

먼저 말 하나. 여기서 몸값은 그 회사 주식을 전부 합친 값이다. 주가에 주식 수를 곱한 값이라 주가가 오르면 몸값도 오른다.

여섯이 무엇을 보는지와, 이날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를 먼저 적어 둔다.

위의 앞 셋, PSR 하나와 PER 둘은 몸값을 매출이나 이익에 견준 값이다. 그래서 주가가 오르면 같이 오르고, 주가가 내리면 같이 내린다. 아래에서는 이 셋을 묶어 PSR·PER 셋이라고 부른다. 유동비율과 부채 / 자본은 회사가 분기마다 내는 장부에서 나온다. PSR / 성장은 뒤에서 따로 쓴다.

고정해 둘지 정하기 전에 한 가지를 먼저 해 봤다. 이미 지나간 몇 주를 놓고, 고정해 뒀다면 어떻게 됐을지를 확인한 것이다.

생각은 이랬다. 뽑던 날 숫자로 고정해 뒀다면 화면에는 지금도 그날 숫자가 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몸값은 그사이 움직였다. 그러니 뽑던 날 숫자와 오늘 숫자의 차이가 곧 "화면이 얼마나 틀려 있었을까" 가 된다.

그래서 새로 잰 것은 없다. 이미 있는 숫자 둘을 나란히 놓고 견줘 봤을 뿐이다. 앞선 몇 주 동안 뽑은 회사마다 하나는 뽑던 날의 주가, 하나는 8월 마지막 날의 주가였다. PSR·PER 셋은 주가를 그대로 따라 움직인다. 주가가 벌어진 만큼 셋도 똑같이 벌어진다. 그래서 주가 둘만 견줘 보면 됐다.

주마다 뽑은 날이 다르니, 뽑고 나서 지난 날수도 주마다 달랐다. 하루 지난 주가 있었고, 일주일쯤 지난 주가 있었고, 두 주 가까이 지난 주가 있었다.

결과는 이랬다. 뽑고 하루밖에 안 지난 주에도 눈에 띄게 벌어진 회사가 있었다. 두 주 가까이 지난 주에는 훨씬 크게 벌어진 회사가 있었다.

은행 창구에 걸린 환율 게시판을 떠올리면 된다. 월요일 아침 환율을 적어서 금요일까지 걸어 두면, 그 게시판은 화요일부터 조금씩 틀리기 시작한다. PSR·PER 셋이 그런 숫자다.

그리고 일주일이 끝이 아니었다. 미미는 앞선 주에 뽑은 회사라도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으면 일부러 화면에 계속 세워 둔다.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날 화면에 설 수 있던 회사를 뽑힌 주별로 세어 봤다. 절반 가까이가 앞선 주에 뽑은 회사였다. 그러니 고정해 둔 PSR·PER 은 일주일이 아니라 그 회사가 화면에서 내려갈 때까지 묵는다.

유동비율과 부채 / 자본은 반대 방향으로 확인했다. 화면에 설 수 있던 회사마다 그 값이 몇 월 장부에서 나온 것인지 날짜를 하나씩 봤다. 거의 다 넉 달쯤 전에 끝난 분기의 장부였다. 8월 말에 실적을 발표한 회사도 그대로였다. 값을 받아 오는 곳이 장부를 한 분기씩 늦게 채워 넣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주 사이에 한 번도 안 바뀐다. 건강검진 결과표와 비슷하다. 1년에 한 번 나오는 결과를 매일 새로 떼어 볼 이유는 없다.

이렇게 많이 차이 나나

재 보기 전에는 고정해 둬도 별일 없을 줄 알았다. 일주일이면 얼마나 움직이겠나 싶었다.

그런데 하루 만에도 그랬다. 넣기 전에 견줘 보길 잘했다.

한 가지 규칙으로는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본다

규칙 하나로 끝내는 안이 둘 있었다. 둘 다 버렸다.

전부 고정해 두는 안. 발행할 때 한 번만 받으면 되니 간단하고 부담도 적다. 대신 PSR·PER 셋이 틀린다. 위에서 견줘 본 만큼 틀린다.

전부 매일 받는 안. 늘 맞다. 대신 분기에 한 번 바뀌는 유동비율과 부채 / 자본을 매일 아침 다시 받아 온다. 받아 봐야 어제와 같은 값이다. 게다가 미미의 아침 작업은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나야 한다. 거기에 헛걸음을 매일 얹는 셈이다.

반대로 PSR·PER 셋을 매일 받는 것은 부담이 되나 싶었다. 그래서 한 번 실제로 받아 보면서 걸린 시간을 쟀다. 아침 작업에 주어진 시간에 비하면 아주 작았다. 뽑는 회사가 지금보다 꽤 늘어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안을 고르든 한쪽이 손해를 봤다. 여섯이 한 가지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칙을 둘로 나눴다. 하루 만에도 틀어지는 값은 매일 받고, 넉 달 묵어도 안 바뀌는 값은 발행한 날 숫자로 고정해 둔다.

남은 하나는 내가 정했다. PSR / 성장이다. PSR 은 매일 움직이지만, 나누는 쪽인 성장 전망은 그 주에 미미가 내린 판단이다. 매일 다시 계산하면 "지난주의 판단에 오늘의 주가를 댄 값" 이 된다. 그 값이 무엇을 말하는지 나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정해 뒀다. 그러면 뽑던 날의 판단 하나로 읽힌다.

같은 날 같은 자리에 하나를 더 걸었다. 미미에는 발표가 나온 뒤 맞혔는지 틀렸는지를 매기는 채점이 있다. 채점하는 쪽과 되돌아보는 쪽이 이 고정해 둔 값을 한 글자도 못 읽게 막아 뒀다. 읽으려 하면 걸리게 해 둔 것이다.

그때 적은 이유는 이랬다. 화면에 보여 주려고 둔 값이 채점으로 새어 들어가면, 채점이 미리 정해 둔 답을 스스로 맞다고 확인하는 꼴이 된다.

6편에서 「자기 채점」이라고 부른 것과 같은 걱정이다. 맞히려는 것을 점수에 미리 넣어 두면, 잘 맞아도 규칙이 좋아서인지 답을 미리 적어 둬서인지 가릴 수 없다. 이 값은 화면에서 읽으라고 둔 것이지, 채점에 쓰라고 둔 게 아니다.

지금 돌아보면 하나가 더 있다. 고정해 두면 나중에 내가 그날 판단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 매일 다시 계산하면 그 판단이 뭐였는지가 사라진다.

다만 그때 그렇게 생각하고 정한 건 아니다. 기록에는 화면에서 무슨 뜻으로 읽히나만 적혀 있다.

한 칸 안에 시각이 둘이면 도장이 거짓말을 한다

미미 화면에는 전부터 도장이 있다. 발행한 날 숫자로 고정해 둔 자리 옆에 작은 글씨로 이렇게 붙는다.

발행 시점 기준

8월부터 붙여 온 표시다. 약속은 하나다. 도장이 없는 자리는 오늘 받은 값이다.

창 안에는 PSR · PSR / 성장 · PER 둘, 이 네 줄을 모아 둔 몸값 칸이 있다. 그 칸 맨 위에도 도장이 하나 붙는다. 이쪽은 오늘 받은 값이라는 도장이라 "오늘 갱신" 처럼 적힌다. 그 아래에 줄이 넷 선다. 셋은 매일 받는 값이고, 하나는 방금 고정해 두기로 한 값이다.

맨 위 도장 하나로 넷을 다 덮으면 화면은 이렇게 읽힌다 — 이 네 줄은 전부 오늘 값이다. 그런데 그중 한 줄은 발행한 날 값이다. 맨 위 도장이 그 한 줄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고정해 둔 줄 바로 아래에만 "발행 시점 기준" 을 따로 붙였다. 맨 위는 매일 받는 줄의 시각만 말한다.

줄마다 도장을 하나씩 붙이는 안도 있었다. 버렸다. 네 줄에 도장이 넷이면 읽는 사람 눈에 숫자보다 날짜가 먼저 들어온다. 표가 아니라 날짜 목록이 된다.

맨 위 도장도 손봤다. 토요일에 발행하고 나면 월요일 아침까지는 매일 받는 값이 아직 없다. 그때 "오늘 갱신" 이라고 쓰면 거짓이다. 그렇다고 "못 받았다" 고 쓰면 없는 고장을 있다고 말하게 된다. 그래서 그 틈에는 "아직 갱신 전" 이라고 적게 했다. 정말 못 받았을 때만 "갱신 못 받음" 이 뜬다.

검사는 옛 규칙을 지키고 있었다

미미에는 화면이 약속대로 그려졌는지 매번 자동으로 확인하는 작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걸 검사라고 부른다. 도장 약속을 지키는 검사도 있다. 그 검사는 이렇게 세고 있었다 — 창 하나에 도장은 정확히 하나.

그 규칙은 틀리지 않았다. 창 안에 뽑던 날 숫자로 고정해 둔 칸이 하나뿐이던 시절에는 그랬다. 그런데 이날부터 창 하나에 도장이 둘이 됐다. 원래 있던 칸에 하나, 새 몸값 칸의 고정해 둔 줄에 하나. 규칙은 바뀌었는데 검사는 옛 규칙을 들고 있었다. 그대로 뒀다면 검사는 맞게 그린 새 화면을 틀렸다고 했을 것이다.

제일 쉬운 수리는 숫자 1을 2로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 "어디든 둘만 있으면 통과" 가 된다. 도장이 엉뚱한 줄에 붙어도 통과한다.

출석을 "교실에 서른 명 있으면 됐다" 로 세는 것과 같다. 한 명이 빠지고 옆 반 아이가 앉아 있어도 서른 명이면 통과한다.

그래서 세는 단위를 바꿨다. 창 전체가 아니라 칸마다 센다. 그리고 확인을 두 개 더 넣었다. 도장이 정말 고정해 둔 그 줄 안에 있는가. 맨 위에는 없는가.

지난 편에 안 울려 본 알림은 검증된 적이 없다고 썼다. 검사도 비슷하다. 검사를 통과했다는 건 그 검사를 만들 때의 규칙에 맞는다는 뜻이다. 지금 규칙에 맞는다는 뜻은 아니다.

이 결정이 값을 했나 — 아직 모른다

고정해 둔 값은 9월 5일 토요일에 뽑는 회사부터 처음 채워지게 되어 있었다. 그 전에 발행한 회사들에는 거꾸로 채워 넣지 않았다. 발행한 날 값이 아닌 것에 "발행 시점 기준" 을 붙이면, 이 편 전체가 막으려던 일을 내 손으로 하는 셈이다.

그날 밤에 9월 5일 발행 때 무엇을 볼지 셋을 적어 뒀다. 발행 작업이 남기는 기록에 "고정해 둘 값을 받았다" 는 줄이 찍히는가. 그 값이 실제로 저장됐는가. 화면에서 그 주에 뽑은 회사를 눌렀을 때 셋이 다 뜨는가.

9월 5일 저녁에는 발행 과정을 저장만 빼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돌려 봤다. 그 기록에는 고정해 둘 값이 채워졌다는 줄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날 아침 실제로 발행한 회사의 창에 제대로 떴는지 확인한 기록은 찾지 못했다. 이렇게 갈라 둔 덕분에 틀린 값이 막혔다는 사례도 아직 없다.

그 사이에 확인된 것은 하나다. 다음 날 아침 같은 몸값 칸에 세 번째 시각이 들어왔다. AI 가 발행 때 써 둔 짧은 논평이다. 그 논평도 제 줄에 제 시각을 달고 섰다. 칸마다 따로 붙이는 규칙이 그대로 받아냈다. 다만 이건 규칙이 늘어난 것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틀린 값을 막아냈다는 것과는 다르다.

숫자는 옆에 무슨 말이 붙어 있지 않으면 다 오늘 것으로 읽힌다. 그래서 언제 잰 값인지를 적어야 했다. 한 칸 안에 시각이 둘이면, 둘 다 적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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