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울려 본 알림은 검증된 적이 없다
만들어 둔 것과 돌아 본 것은 다르다
미미에는 알림이 여럿 달려 있다. 무슨 일이 생기면 폰으로 문자가 오게 해 둔 것이다. 그런데 그중 한 번도 안 울려 본 것들이 있다. 만들어는 뒀는데 그런 날이 아직 안 왔기 때문이다.
9월 2일 아침에 그중 하나가 처음으로 울렸다. 네 회사의 이름이 담겨 있었다. 그 문자를 읽고 나는 미미에 큰 결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결함은 미미가 아니라 그 문자에 있었다.
그 문자가 뭐라고 했나
4편에서 아침마다 문자가 온다고 썼다. 이 편은 그중 한 통 이야기다.
미미는 회사가 실적을 내놓으면 그 숫자를 받아 와야 한다. 그런데 발표한 날 바로 들어오지 않는 값이 있다. 며칠 걸린다. 그래서 미미는 며칠 동안은 매일 다시 물어본다. 오늘 없으면 내일 또 묻고, 내일도 없으면 모레 또 묻는 식이다.
다만 언제까지고 묻지는 않는다. 정해 둔 날이 지나면 그만 묻는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과 비슷하다.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니 며칠은 매일 전화해 본다. 그런데 한 달을 매일 걸 수는 없다. 그래서 "일주일까지만 걸어 보고 그 뒤로는 안 건다" 처럼 미리 정해 둔다. 안 그러면 언제 그만둘지를 매번 그때그때 정하게 되고, 그러면 어떤 건은 잊히고 어떤 건은 한없이 붙잡고 있게 된다.
미미도 그렇게 해 뒀다. 그리고 그 기간이 끝나는 날 "이제 이 회사는 다시 안 물어봅니다" 하고 문자가 오게 해 뒀다.
9월 2일 아침에 온 문자가 그것이었다. 첫 줄이 이랬다.
며칠 더 물어보는 기간이 닫혔다. 이제 자동으로 다시 안 물어본다.
그 아래에 회사가 넷, 한 덩어리씩 붙어 있었다. 회사마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는지와, 이대로 가면 언제 포기하게 되는지가 같이 적혀 있었다.
나는 이렇게 읽었다 — 이 넷은 이제 채점을 못 하겠구나.
그리고 거기서 한 발 더 갔다. 미미는 회사마다 무엇을 보고 맞았다 틀렸다를 정할지 미리 정해 두는데, 넷 중 셋이 같은 잣대를 쓰기로 해 둔 회사였다. 그러면 그 잣대를 쓰는 회사는 앞으로도 다 이렇게 되는 게 아닌가. 잣대 하나가 통째로 못 쓰는 것이 되는 셈이다.
그 생각이 하루를 끌었다. 그날 낮에 내가 들여다본 것은 전부 그 잣대가 어디서 막히는가였다.
나중에 기록에 이렇게 적었다 — 읽은 쪽이 틀린 게 아니라 문구가 그렇게 읽히게 되어 있었다.
열어 보니 넷 다 안 끝나 있었다
밤에 기록을 직접 열어 봤다. 네 회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한 줄씩 확인했다.
넷 다 아직 안 끝나 있었다. 그만 묻기로 한 날이 아직 며칠씩 남아 있었다.
문자는 "이제 안 물어봅니다" 라고 했는데 미미는 아직 묻고 있었다. 문자가 말한 전제부터 틀렸다.
셋은 그 알림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왜 그런 문자가 나갔는지를 보다가 알았다. 미미가 값을 받는 길이 둘이다.
하나는 발표가 끝난 뒤에 그 회사를 콕 집어 따로 물어서 받아 오는 값이다. 다른 하나는 매일 아침 보는 회사 전체를 훑을 때 그냥 같이 담겨 오는 값이다. 따로 묻지 않아도 매일 들어온다.
그만 묻는 기간이 있는 쪽은 따로 물어서 받아 오는 값뿐이다. 매일 같이 담겨 오는 값은 애초에 묻지를 않으니 그만둘 것도 없다.
네 회사 중 셋이 매일 같이 담겨 오는 쪽이었다.
우편함과 문 앞을 생각하면 쉽다. 어떤 것은 우편함에 오고 어떤 것은 문 앞에 놓인다. 그날 온 문자는 "이제 우편함은 그만 열어 봅니다" 였다. 그런데 그 셋은 애초에 문 앞으로 오던 것이다. 우편함을 열든 안 열든 그 셋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문자에는 그 셋의 이름이 같이 적혀 있었다. 이름이 적혀 있으니 읽는 사람은 그 셋도 끝났다고 읽는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정말로 해당되는 회사는 하나뿐이었다. 그 한 회사는 실제로 며칠 동안 안 묻는 기간이 있었고, 받아야 할 값이 아직 안 나와 있는 것도 맞았다. 그러니까 넷 중 셋이 틀렸다.
그런데 그 한 회사도 기간을 늘려서 될 일은 아니었다. 다시 묻는 기간은 물어볼 기회를 놓쳐서 못 받는 것만 막아 준다. 저쪽에 값이 아직 없으면 며칠을 더 물어도 없다. 아까 그 전화 이야기로 돌아가면, 안 받는 집에 전화를 몇 번 더 거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날 코드에 한 줄을 적어 뒀다 —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나도 기간부터 늘리려 들지 말 것.
그리고 문구 하나가 통째로 뒤집혀 있었다. 문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값이 안 온 것이 아니라 이제 안 묻는 것이다.
사실은 정반대였다. 안 물어본 것이 아니라 물어봤는데 값이 안 온 것이다.
그러니까 그 한 통이 세 군데에서 어긋나 있었다. 닫혔다고 했는데 안 닫혔고, 넷이라고 했는데 하나였고, 값이 안 온 게 아니라고 했는데 값이 안 온 것이었다.
전화를 안 건 것과, 걸었는데 안 받은 것은 다르다. 안 걸었으면 내가 다시 걸면 된다. 걸었는데 안 받은 거면 내가 뭘 더 해도 소용이 없다. 저쪽에 아직 없는 것이다.
문자는 전화를 안 건 쪽이라고 말했고, 실제는 걸었는데 안 받은 쪽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고칠 수 있는 문제라고 믿고 하루를 엉뚱한 데서 보냈다.
하루를 엉뚱한 데서 보냈다. 미미가 잘못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열어 보니 문자가 틀린 거였다. 그때 처음 든 생각이 다행이다였다. 고칠 수 있는 게 문자 쪽이라서.
고치려고 문구를 다시 읽다가 더 큰 걸 찾았다
문구를 한 줄만 고치려다 전부 다시 썼다. 그날 낮에 기다리는 방식을 바꿔 둔 참이었다. 한 줄만 손대면 나머지 문장은 바뀌기 전 방식을 그대로 설명하고 있게 된다. 한 문자 안에서 앞뒤가 다른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이 알림을 언제 울리게 해 뒀는지를 다시 봤다. 조건이 이랬다 — 남은 횟수가 0이 되면.
통장에 "잔액이 0원이 되면 알려 주세요" 를 걸어 뒀다고 하자. 그런데 잔액이 0원이 되는 순간 그 계좌가 해지되어 목록에서 빠진다고 하자. 그러면 알려 줄 대상이 이미 없다. 영영 안 오는 알림이다. 걸어 뒀으니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만들어 놓은 이상 울릴 날이 올 수가 없다.
미미의 그 알림이 정확히 그 모양이었다. 남은 횟수가 0이 되는 날, 그 회사는 이미 끝난 것으로 넘어가서 살펴보는 명단에서 빠진다. 그래서 그 알림은 원래 영영 안 울릴 알림이었다.
여기서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영영 안 울릴 알림이라면서 그날 아침에는 어떻게 울렸나.
그날 아침에 온 것은 이 조건으로 나간 게 아니었다. 다른 자리에서 나갔다. 그러니까 한 알림이 두 가지 모습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하나는 상관없는 회사까지 담아 틀린 내용으로 나가는 모습이고, 하나는 걸어 둔 조건대로라면 영영 안 나가는 모습이다.
고친 것은 셋이다. 상관없는 회사는 아예 안 담게 했다. 울릴 조건은 끝나기 하루 전으로 당겼다. 그리고 문구를 전부 다시 썼다.
다시 쓴 문구에서 달라진 것 둘만 적어 둔다.
하나는 제목이 상태를 말하게 된 것이다. 전에는 제목이 늘 "닫혔다" 한 가지였다. 지금은 이미 빠진 건이면 "이제 대상이 아니다" 로, 아직 남았으면 "곧 대상에서 빠진다" 로 나간다. 제목만 보고도 지금이 어느 쪽인지 갈린다.
다른 하나는 둘째 줄에 한 문장을 박아 넣은 것이다.
채점 가능 여부와는 다른 이야기다.
내가 그날 오해한 것이 정확히 그 지점이다. 묻기를 그만둔다는 말을 채점을 못 한다는 말로 읽었다. 그래서 그 한 줄을 문자 맨 위로 끌어올렸다. 틀리게 읽히던 자리 바로 옆에 틀린 읽기를 막는 문장을 뒀다.
그래서 규칙으로 적었다
그날 밤에 함정 목록에 한 줄을 더했다.
안 나가 본 알림은 검증된 적이 없다. 그리고 알림이 틀리면 그 뒤 판단이 전부 틀린다.
뒷문장이 이 편의 알맹이다. 알림은 내가 보는 창이다. 미미가 도는 동안 나는 회사에 있고 화면을 열어 볼 수 없다. 그 시간에 내가 아는 것은 폰으로 온 문자가 전부다. 그 창이 틀리면 나는 틀린 것을 보고 판단한다.
나는 그날 하루를 실제로 그렇게 썼다.
그날 밤에 알림을 전부 세어 봤다. 울려 본 적이 있는 것보다 한 번도 안 울려 본 것이 더 많았다.
안 울려 본 알림이 아직 여럿 남아 있다. 일부러 울려 볼 생각은 없다. 그런 날이 오면 그때 고치면 된다.
다만 그때 가서야 틀렸다는 걸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사이에는 맞는 줄 알고 지낸다.
만들어 둔 것과 돌아 본 것은 다르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은 아직 오지 않은 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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