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고 끝나지 않는다

실적은 맞혔는데 주가는 빠졌다

키사이트(KEYS)라는 회사가 있다. 계측기를 만드는 회사인데, 8월 14일 저녁에 미미가 뽑은 일곱 개 중 네 번째였다.

나흘 뒤 실적이 나왔다. 예상보다 좋았다. 미미가 맞힌 것이다.

그런데 그다음 날 주가는 빠졌다.

미미는 이 회사를 「맞혔는데 빠졌다」 칸에 넣고, 「전망이 실망스러웠다」는 이름표를 붙였다. 그런데 이 회사가 내놓은 다음 분기 전망은 시장 예상을 한참 웃돌았다. 이름표가 사실을 말한 게 아니었다.

미미가 실제로 아는 것은 여기까지다. 실적은 맞혔고, 주가는 빠졌다. 왜 빠졌는지는 모른다.

무슨 뜻인지 알려면 그 앞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봐야 한다.

미미가 보는 회사는 102개다

미미가 들여다보는 회사는 미국에 상장된 102개다. 이 목록은 매일 바뀌지 않는다. 한 번 정해 두고, 그 안에서만 고른다. 102개를 어떻게 골랐는지는 따로 한 편이 있다.

키사이트가 겪은 일도 여기서부터다.

실적 발표 2주 전부터 지켜본다

미국 회사는 석 달에 한 번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 분기에 얼마를 벌었는지 숫자로 내놓는 자리다.

미미는 발표일이 2주 안으로 들어온 회사부터 따로 챙긴다. 이때부터 그 회사 뉴스를 모으기 시작한다. 계약을 땄다거나, 회사가 앞으로의 전망을 고쳐 말했다거나 하는 소식이다.

2주는 넉넉하게 잡은 값이다. 뽑을 때가 되어서야 재료를 모으면 늦기 때문에, 후보가 되기 전부터 모아 둔다.

일주일 안에 발표하는 회사만 후보가 된다

실제로 뽑는 대상은 더 좁다. 앞으로 일주일 안에 발표하는 회사만이다.

처음에는 2주로 잡았다가 곧 일주일로 줄였다. 2주로 두면 다다음 주에 발표하는 회사가 이번 주에 한 번 뽑히고 다음 주에 또 뽑힌다. 같은 회사의 같은 발표를 두 번 예측한 셈이 되고, 나중에 채점할 때 그 두 건이 따로 세어진다.

일주일로 맞추면 발표 주기와 뽑는 주기가 정확히 겹친다.

예상치와 실제를 비교하는 게 전부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발표 전에 "이 회사가 이번 분기에 얼마를 벌 것 같다" 를 숫자로 내놓는다. 그 숫자들의 평균이 그 회사의 예상치다. 미미가 하는 일은 결국 이 예상치와 실제 발표된 숫자를 비교하는 것이다.

미미는 이 숫자를 AI 에게 물어보지 않는다. 데이터를 주는 곳에 직접 조회해서 받는다. AI 가 검색해서 가져온 숫자는 어디서 온 값인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점수는 계산이 매기고, AI 는 말로 설명한다

후보가 모이면 점수를 매긴다. 회사가 싼지, 성장하고 있는지, 주가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같은 여러 축을 본다. 이 계산은 전부 프로그램이 한다. AI 는 점수를 못 바꾼다.

AI 가 하는 일은 뽑힌 회사를 사람 말로 설명하는 것이다.

점수가 낮은 회사는 여기서 걸러진다. 걸러진 회사는 그 주에는 없던 일이 되고, 다음 발표 때 다시 후보가 된다.

토요일 아침에 일곱 개가 발행된다

남은 회사 중 점수가 높은 일곱 개가 토요일 아침에 앱으로 나간다. 사용자가 보는 화면은 이 리포트 하나뿐이다.

일곱이라는 숫자에도 사연이 있는데 그건 따로 한 편이다.

미미는 맥북 안에서 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각에 깨어나 그날 할 일을 하고, 토요일 아침에는 이 발행까지 하고 잔다.

발표가 끝나면 네 칸 중 하나에 들어간다

발표가 나면 채점한다. 이때 미미는 두 가지를 따로 본다.

하나는 실적이 예상을 넘었는가다. 미미의 가설은 "이 회사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이다" 이지 "주가가 오를 것이다" 가 아니다.

다른 하나는 주가가 올랐는가다.

둘을 하나로 뭉개지 않고 따로 적어서 네 칸에 넣는다.

네 칸 중에 제일 눈여겨보는 건 「맞혔는데 빠졌다」다.

실적은 예상대로 좋았는데 주가는 빠진 경우다. 이 칸이 많이 쌓이면 미미의 예상이 틀린 게 아니라, 실적이 좋으면 오른다는 전제가 틀린 것이다.

그러면 고쳐야 하는 건 점수 매기는 방법이 아니라 무엇을 맞히려 했는가다.

채점이 끝나도 석 달을 더 따라다닌다

채점은 발표 직후에 끝난다. 하지만 그 회사를 놓지는 않는다. 발표하고 한 달 뒤, 두 달 뒤, 석 달 뒤에 그 회사 주가와 시장 전체가 어땠는지를 같이 찍어 둔다.

이 기록은 점수에 쓰지 않는다. 판정을 바꾸지도 않는다. 지금은 그냥 쌓기만 한다.

찍어 두는 이유는 하나다. 나중에 "맞혔는데 빠진" 경우들을 늘어놓고 보려면 그때 시장이 어땠는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나중에 돌아가서 만들 수 없다. 지금 안 찍으면 영영 없다.

그리고 규칙은 채점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는 고치지 않기로 정해 뒀다. 두어 번 맞았다고 규칙이 맞다고 할 수 없으니까.

키사이트가 빠진 날 시장 전체가 어땠는지, 비슷한 회사들은 어땠는지 — 그런 게 있어야 회사 탓인지 그날 분위기 탓인지 갈린다. 그런데 이 값을 찍어 두는 장치는 키사이트 채점이 끝난 뒤에 만들었다. 그래서 이 회사는 그 값 없이 남았다.

한 회사가 미미 안에서 겪는 일 — 발표 2주 전부터 발표 석 달 뒤까지
한 회사가 미미 안에서 겪는 일 — 발표 2주 전부터 발표 석 달 뒤까지크게 보기
무엇을 재는지 몰라서 만들었다

만들기 전에 정해둔 규칙 같은 건 없었다. 하면서 찾아볼 생각이었다.

원래 생각은 단순했다. 관련 있는 회사가 먼저 실적을 잘 내면 그 다음 회사도 좋을 것이다. 그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안 간다. 실적도 좋고 앞으로의 전망도 좋게 냈는데 주가가 빠지는 일이 자꾸 있다. 요즘 말로 감동이 없으면 빠진다고 한다. 좋은 걸로는 모자라고 놀랄 만큼 좋아야 오른다는 뜻이다.

그럼 지금 시장은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그걸 알고 싶었다.

그래서 채점 기준을 못 박아두지 않았다. 기준이 고정돼 있으면 그 기준이 맞는지 틀리는지밖에 알 수 없다. 나는 기준 자체가 바뀌는 걸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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