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지은 이름
미미가 시작된 날
미미는 미국 상장기업의 실적 발표를 따라다니는 프로그램이다. 분기마다 회사들이 실적을 내놓으면, 그중 크게 성장할 것 같은 일곱 개를 매주 토요일에 뽑는다. 그리고 뽑고 끝내는 게 아니라, 발표가 나면 그 예상이 맞았는지 채점하고 석 달을 더 따라다닌다.
2026년 8월 14일 오후에 시작했다.
그날 하루에 쌓인 커밋이 75개다.
처음에 적어 던진 것
시작할 때 나는 만들고 싶은 걸 한 덩어리로 적었다. 요약하면 이랬다.
회사별로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 분석해서 매일 갱신하고, 주말마다 급성장이 예정된 일곱 종목을 뽑아 그 이유를 리포트해줄 것. 그리고 뽑았던 종목이 실제로 어떻게 됐는지 매일 누적해서, 예측이 왜 실패했고 왜 성공했는지 스스로 배워 진화할 것.
지금 읽으면 세 군데가 틀렸다.
첫날에 성격이 바뀌었다
시작하자마자 지적을 받았다.
첫째, 매일 분석할 재료가 없다. 회사의 매출과 비용 구조는 분기에 한 번 공시로 바뀐다. 매일 바뀌는 건 증권사들이 내놓는 예상치, 회사가 내놓는 전망 수정, 업계 뉴스, 그리고 주가뿐이다. 매일 전체를 깊게 분석하겠다는 건 재료가 없는 일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둘째, "스스로 학습"은 내가 생각한 방식으로는 안 된다. AI 는 실행이 끝나면 배운 게 남지 않는다. 다음 주에 다시 부르면 지난주에 뭘 틀렸는지 모른다. 그래서 실제로 가능한 건 이런 형태다 — 예측을 기록으로 남기고, 결과가 나오면 대조해서 적어두고, 그 기록이 쌓이면 사람이 규칙 문서를 고치고, 다음 선정 때 그 문서를 다시 읽힌다. 학습하는 건 AI 가 아니라 규칙이다.
셋째, 이건 원래 잘 안 맞는 영역이다. 실적이 예상을 넘을지, 발표 다음 날 주가가 오를지는 월가 전체가 붙어도 못 맞춘다. 실적이 좋아도 회사가 다음 분기 전망을 낮추면 그 자리에서 뒤집힌다.
셋 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지 몇 시간 만에 이 프로그램의 성격이 바뀌었다. 맞히는 도구가 아니라, 예상을 적어두고 채점받는 도구로.
불과 넉 달 전만 해도 나는 맥북을 사서 클로드 코드를 처음 설치하던 사람이었다. 아무 지식이 없었다. 처음 만든 건 공지사항을 정리해 보여주는 앱이었다. 그러고 하나씩 둘씩 앱을 만들었다.
일하며 쓰는 도구를 만들다가, 에이전트라는 걸 해볼까 싶어 아침마다 소식을 정리해주는 걸 하나 만들었다. 생각보다 쉬웠고 생각보다 잘 됐다.
그래서 상상을 했다. 미국 주식에 관심이 많고 투자를 즐겨 하던 내가, 그걸 에이전트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게 전부였다. 호기심, 그리고 내가 하던 투자에 대한 갈증 같은 것.
솔직히 설렜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태였으니까.
이름은 그 전에 정해져 있었다
이름은 만들기 전에 이미 있었다. 첫 메시지가 이렇게 시작한다.
또 하나의 에이전트를 만들고 싶다. 이름은 "미미" - 미국주식에 미치다
아내한테 물어봤다. 이런 걸 만들 건데 이름 좀 지어달라고.
어렵다고 했다. 뭐가 뭔지 모르겠고 어렵다고.
외식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래서 그냥 쉽게 생각하라고 했다. 애들 인형 이름처럼, 미미 이런 식으로.
말해놓고 보니 괜찮았다. 어? 이거 괜찮네.
미국주식에 미치다. 앞 글자 둘을 떼면 미미다. 로고도 그래서 ㅁ 두 개를 겹쳐 만들었다.
그런데 이름을 한 번 지킬 일이 생겼다
나중에 부제를 다시 볼 일이 있었다. 대안으로 나온 게 "미국주식으로 미래를 그리다"였다. 더 그럴듯하게 들렸다.
그런데 안 골랐다. "미래를 그린다"는 건 맞히겠다는 말처럼 들려서다. 첫날에 맞히는 도구가 아니라고 정해놓고 이름이 그 반대를 말하면 안 됐다.
그래서 쉽게 지은 이름이 그대로 남았다. 인형 이름처럼 지은 게 결과적으로는 제일 정직했다. 미쳐 있다는 건 맞히겠다는 뜻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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