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을 알람시계로 만들었다

덮개를 닫아둔 채로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맥북은 덮개가 닫힌 채 책상 위에 있다. 아침이 되면 혼자 깨어나 일을 하고 다시 잠든다. 그렇게 만든 건 2026년 7월 17일 오후였고, 걸린 시간은 44분이었다.

그날의 시간순2026-07-17 ~ 09-05 · KST
시각무슨 일이 있었나
07-17 14:31내 맥북이 먼저 돌고, 남의 서버는 뒤로 물러나 백업만 맡게 했다
07-17 15:15AI 를 부르는 값을 쓸 때마다 내는 방식에서 매달 내는 쪽으로 옮겼다. 그날 기록에 "과금 0원" 이라고 적혀 있다
07-18 11:33깨우는 시각을 08:16 으로 당겼다. 결과를 내보내는 시각은 08:30 으로 따로 고정했다
07-18 13:44주말에 80분 늦게 돈 날의 원인을 잡았다 — 예약 기상이 평일에만 걸려 있었다
07-18 14:17앞의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을 이어서 부르게 했다. 넘겨주는 찰나에도 안 자게 붙잡는 것을 같이 넣었다
08-14 15:34미미의 아침 수집을 처음 만들었다. 요일마다 하는 일을 가르는 것도 이때 같이
08-15 08:30미미가 아침 줄에 붙어 처음으로 스스로 돌았다
08-16 11:23그날 하루는 미미 차례가 11시를 넘겨서 왔다
08-16 23:07미미를 아침 줄 맨 뒤에 정식으로 이어 붙였다 — 맨 뒤인 이유는 하루 늦어도 화면에 나가는 게 없어서다
09-0508-15 부터 22일,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갈래는 둘이었다 — 빌릴 것인가, 있는 걸 쓸 것인가

미미가 아침마다 스스로 도는 데에는 두 갈래가 있었다. 하나는 남의 서버를 빌려 거기서 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갖고 있는 맥북을 쓰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만들던 다른 개인 프로젝트는 남의 서버 쪽으로 먼저 갔다. 정해진 시각이 되면 남의 컴퓨터가 알아서 켜지고 일하고 꺼진다. 내 맥북이 켜져 있든 말든 상관이 없다. 그 편이 분명히 편하다.

문제는 요금이었다

AI 에게 일을 시키는 값을 내는 방법이 둘이다. 쓴 만큼 그때그때 내는 방식과 매달 정해진 값을 내고 그 안에서 쓰는 방식이다. 남의 서버에서 돌리면 앞쪽만 쓸 수 있다. 매달 내는 쪽은 내가 로그인해 둔 컴퓨터에서만 열리기 때문이다.

2026년 7월 17일 오후에 두 커밋이 44분 사이로 붙어 있다. 먼저 맥북을 앞세우고 남의 서버를 백업으로 물린 것(14시 31분), 그다음 AI 를 부르는 값을 매달 내는 쪽으로 옮긴 것 (15시 15분). 두 번째 커밋의 제목에는 "과금 0원" 이라고 적혀 있다. 순서가 그대로 이유를 말한다 — 돈을 안 쓰려고 맥북으로 옮긴 것이지, 맥북으로 옮기고 나서 돈이 굳은 것이 아니다.

어떻게 옮겼는지는 따로 한 편으로 쓸 생각이다.

그렇게 아침 일은 이 맥북 안으로 들어왔다. 맥북은 덮개를 닫아둔 채 전원만 꽂아 두고 쓴다.

맥북을 산 이유는 이게 아니었다

맥북을 산 건 개발하기에 환경이 낫다는 말을 들어서였다. 윈도우를 안 쓰기로 한 것뿐이지, 서버 대신 쓰겠다는 생각은 그때 없었다.

덮개를 닫아둔 채로도 정해진 시각에 깨어나 일을 하고 다시 잠들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러면 서버를 빌릴 이유가 없었다.

한동안 맥미니가 품귀였던 게 떠올랐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맥북은 밤에 자는 물건이다

남의 서버는 안 잔다. 맥북은 잔다. 덮개를 닫으면 자고, 한동안 안 건드려도 잔다. 그래서 세 가지를 따로 만들어야 했다.

하나, 정해진 시각에 깨어나게 하는 것. 맥북에는 알람시계처럼 "몇 시에 깨어나라" 를 걸어 둘 수 있다. 지금은 매일 아침 8시 15분에 깨어나고, 오전 11시에 다시 자게 걸려 있다. 깨어난 1분 뒤인 8시 16분에 그날 할 일이 시작된다.

이 예약이 처음에는 평일에만 걸려 있었다. 2026년 7월 18일에 주말 한 번이 80분 늦게 돌았고, 원인이 그것이었다. 토요일에는 깨우는 예약이 없어 맥북이 다음에 잠깐 깰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서야 밀린 일을 시작한 것이다.

둘, 일하는 동안 다시 잠들지 않게 붙잡는 것. 깨어나는 것과 깨어 있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깨긴 깼는데 일하는 중간에 도로 자버리면 하던 일이 멈췄다 이어졌다 한다. 같은 날 고친 것이 이것이다 — 일이 도는 동안에는 잠들지 못하게 잡아 두고, 앞의 일이 끝나고 다음 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도 손을 놓지 않게 겹쳐 뒀다.

셋, 네트워크가 아직 안 붙었을 때. 방금 깨어난 맥북은 인터넷에 붙기 전이다. 그래서 아침 일은 시작하자마자 바로 일하지 않고, 연결이 될 때까지 5초씩 열두 번, 최대 1분쯤 기다린다. 그래도 안 붙으면 그날은 그냥 접는다.

미미는 아침 줄의 맨 뒤에 붙어 있다

아침 일은 하나가 아니다. 먼저 만들던 것들이 차례로 돌고, 앞의 것이 끝나면 다음 것을 부르는 식으로 줄이 이어져 있다. 미미는 그 줄의 맨 뒤에 붙었다. 2026년 8월 16일 커밋에 이유가 적혀 있다 — 미미가 아침에 하는 일은 자료를 모아 두는 것이라 하루 늦어도 화면에 나가는 것이 없다. 앞이 늦어져 시간이 모자라면 가장 먼저 밀려도 되는 자리라는 뜻이다.

줄의 맨 앞은 8시 16분에 시작한다. 미미 차례는 대개 8시 30분에서 8시 58분 사이에 왔다. 딱 하루, 8월 16일만 11시 23분이었다.

대신 맥북이 꺼져 있으면 그날은 없다

먼저 만든 것 하나는 맥북이 안 돌면 남의 서버가 대신 돌아 주는 백업이 있다. 미미는 없다. 미미가 도는 곳은 이 맥북 하나뿐이라, 맥북이 꺼져 있거나 인터넷이 안 붙으면 그날 아침은 통째로 없다.

기록을 보면 지금까지는 그런 날이 없었다. 미미가 처음 스스로 돈 8월 15일부터 이 글을 쓰는 9월 5일까지 22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았고, 네트워크가 안 붙어 접은 날도 두 프로젝트의 실행 기록을 통틀어 한 번도 없다. 아직 없었을 뿐이다.

그 아침에 도는 건 미미만이 아니다. 지금은 아침 8시 16분에 여러 개가 줄지어 돈다. 처음엔 하나뿐이었는데 하나씩 뒤에 붙었다. 미미는 맨 뒤다. 앞엣것이 실패해도 뒤는 그냥 제 차례에 시작한다. 하나가 넘어지면 줄이 통째로 멈추는 게 싫어서 그렇게 해뒀다.

맥북이 혼자 도는 그 시간에 나는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줄에 선 것들이 제대로 돌았는지를 하나씩 문자로 받는다. 잘 됐다는 것도 받고, 안 됐다는 것도 받는다.

울리는 걸 본 적이 없다

나는 아침에 맥북을 열지 않는다. 덮개는 계속 닫혀 있고 전원만 꽂혀 있다.

알람시계를 만들어놓고 정작 울리는 걸 본 적이 없다. 결과만 아침에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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