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완주할 때마다 코치에게 동그라미를 쳤다

미미가 아니라 회사를 채점하고 있던 밤

선수가 결승선을 넘을 때마다 체크. 코치 성적표에는 동그라미만 줄지어 있다
선수가 결승선을 넘을 때마다 체크. 코치 성적표에는 동그라미만 줄지어 있다크게 보기

어느 날 밤, 미미의 채점표를 처음으로 갈라 봤다. 무엇을 물어본 채점인지에 따라 나눈 표였다.

이익이 예상을 넘었나를 물은 회사는 전부 「맞혔는데 빠졌다」 였다. 다음 분기 전망이 올라갔나를 물은 회사는 전부 「맞히고 올랐다」 였다.

칸은 넷인데 「틀렸다」 쪽 두 칸이 비어 있었다. 그때까지 채점한 것이 하나도 빠짐없이 「맞혔다」 였다.

한 번도 안 틀렸다. 잘하고 있다는 뜻일까.

늘 완주하는 선수만 골랐다

미미는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다. 매주 토요일, 다음 한 주 안에 실적을 발표하는 미국 회사를 일곱 개까지 골라 점수를 매긴다. 발표가 끝나면 채점한다. 이익이 예상치를 넘었나, 다음 분기 전망이 올라갔나.

그날 밤 안 틀리는 이유가 한 줄로 정리됐다. 미미는 늘 예상을 넘기는 회사를 고르고, 채점은 예상을 넘겼냐고 묻는다.

실제로 미미의 점수 항목 하나가 바로 그거였다. 이 회사가 그동안 예상을 꾸준히 넘겨 왔나. 꾸준히 넘긴 회사가 점수를 받아 뽑히고, 뽑힌 회사는 이번에도 넘겼다.

달리기로 치면 이렇다. 코치가 늘 완주하는 선수만 골라 내보낸다. 그리고 선수가 완주할 때마다 코치 성적표에 동그라미를 친다. 동그라미가 안 빠지는 게 당연했다.

하나를 더 확인했다. 미미가 점수를 높게 준 회사와 낮게 준 회사로 나눠서, 「맞혔다」 가 나온 비율을 견줬다. 점수가 뭔가를 안다면 높은 쪽이 더 자주 맞혀야 한다.

차이는 없었다. 양쪽 다 전부 「맞혔다」 였으니까. 모두가 완주한 경주에서는 코치 눈이 좋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날 밤 적은 문장이 이 편의 알맹이다.

물음을 바꿨다 — 누가 먼저 들어왔나

그래서 채점이 묻는 것을 바꾸기로 했다. 그날 밤 쓴 정의 문서 맨 위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매긴 점수가 맞았는지는 이렇게 본다. 한 주에 뽑은 회사들을 놓고, 점수를 높게 준 회사일수록 반영일에 주가가 더 올랐나.

달리기로 치면, 완주했냐가 아니라 같은 판에서 코치가 높게 매긴 선수가 먼저 들어왔나를 보는 것이다. 다 완주하든 다 넘어지든 들어온 순서는 있다. 그래서 이 물음은 시험이 너무 쉬워도 막히지 않는다.

"완주했나" 는 넷 다 체크라 가를 게 없다(왼쪽). "점수 막대가 높은 선수가 먼저 들어왔나" 는 판마다 답이 나온다(오른쪽)
"완주했나" 는 넷 다 체크라 가를 게 없다(왼쪽). "점수 막대가 높은 선수가 먼저 들어왔나" 는 판마다 답이 나온다(오른쪽)크게 보기

하나 더 바뀐 게 있다. 채점을 세는 방법이다. 전에는 회사 하나하나에 「맞혔다」 「틀렸다」 를 매겼다. 이제는 한 주에 뽑은 회사들을 한 경주로 묶고, 점수 높은 회사가 먼저 들어왔는지를 본다.

그런데 같이 뛴 선수가 적으면 순서가 별 뜻이 없다. 둘이 뛰면 누가 1등이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결과가 늦어 빠지는 회사까지 있으면 경주는 더 작아진다. 그래서 선수가 적은 주는 경주로 치지 않기로 했다. 몇 주가 지났다고 경주가 그만큼 쌓인 건 아니라는 것, 그날 기록에 따로 적어 둔 말이다.

이 구멍은 한 달 뒤에 다른 쪽으로 메웠다. 아래 「덧붙임」 에 나온다.

이날 미미의 코드는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이날 남긴 커밋을 열어 보면 코드에서 바뀐 건 설명 한 줄뿐이고, 나머지는 "앞으로 이렇게 채점한다" 는 약속을 적은 문서다. 이미 매긴 「맞혔다」 들도 지우지 않았다. 그때 기준으로 매긴 점수니까 그대로 남겨 뒀다.

덧붙임 — 한 달 뒤

한 달쯤 뒤. 그날 밤, 새 물음으로 처음 판단할 날을 연말쯤으로 잡아 뒀었다. 판이 그만큼 모일 거라고 셈했다.

다시 세어 보니 틀렸다. 일곱을 뽑은 주인데도, 몇이 끝내 채점을 못 하고 닫히자 그 주는 순서를 견줄 수 없었다. 읽을 수 있는 판은 뛴 판이 아니라 끝까지 기록이 나온 판이었다.

그렇게 다시 세니, 그 판단은 이번 실적 시즌 안에는 못 한다는 답이 나왔다. 다 채점돼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를 여럿 뽑은 주 자체가 이번 시즌엔 모자랐다. 다음 시즌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다음 시즌 발표 날짜가 아직 안 들어왔다.

그다음 날. 미미에는 채점 결과를 모아 보는 화면이 있다. 이름은 추적판이다.

하루 전 저녁, 그 화면 맨 위에 "이 화면의 중심은 점수 순서가 수익 순서와 맞았나" 라는 설명을 넣어 뒀다. 그래도 칸마다 붙은 이름은 여전히 '적중' 이었다.

고치기 전 추적판 — 맨 위 설명은 점수 순서를 말하는데, 칸 이름은 아직 '적중' 이다 (다시 그린 화면 · 실제와 다름)
고치기 전 추적판 — 맨 위 설명은 점수 순서를 말하는데, 칸 이름은 아직 '적중' 이다 (다시 그린 화면 · 실제와 다름)크게 보기

※ 이 글의 미미 화면은 그 시점의 미미 프로그램으로 다시 그린 것이다. 화면 속 회사와 점수는 미미가 검사용으로 저장해 둔 지난 기록이라, 그날 실제로 떠 있던 화면과 다르다. 특정 회사를 사거나 팔라는 뜻이 아니다.

그 화면을 보다가 미미 작업 창에 물었다.

나 · 미미 작업 창
적중이 실적이야?? 아니면 미미가 계산한 점수가 높았는데 적중한건지야??

AI 의 첫 답은 실적 쪽이라는 것이었다. 화면 글자가 뜻하는 것만 설명한 답이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말했다.

나 · 미미 작업 창
내가 말한 취지는 매주 미미가 분석을 해서 채점한 점수가 나오잖아.. 그 점수가 높았다는 것은 미미가 그 회사를 좋게 봤다는 거야..
근데 점수가 높았는데 당일 주가가 떨어졌으면 원인을 분석 하는걸 목적으로 하는건데??
가이던스 결과에 맞았는지 적중 여부를 하면 의미가 없어서 바꾼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이던스는 여기서 "다음 분기 전망이 올라갔나" 를 묻던 채점이다. 그날 밤 문서로 적은 것을, 한 달 뒤 내 말로 다시 한 셈이다. 하나를 더 말했다.

나 · 미미 작업 창
그리고 선정 순위보다 점수로 기준점을 줘야지..

같은 날 첫 화면을 두고 한 말과 같은 이유다(11편). 후보가 적은 주에는 낮은 점수도 1등이 된다.

그날 저녁 추적판을 고쳤다. 맨 위 설명은 "점수가 높으면 반영일에 주가가 오르나 — 이걸 잰다" 로 바꿨다. 그 아래에 점수대별로 반영일 주가가 오르고 내린 것을 세웠다. 같이 뛴 선수가 적어도, 회사마다 점수와 주가를 따로 보는 칸이다. 점수를 높게 줬는데 빠진 회사는 따로 모으는 자리를 만들었다. 원인을 모아 뒀다가 점수 매기는 법을 고칠 때 쓴다.

'적중' 이라는 칸 이름은 '실적 넘음' 으로 바꿨다. 실적이 예상을 넘었다는 사실만 말한다. 동그라미 대신 "완주함" 이라고만 적는 것이다. 미미의 성적처럼 읽히지 않게.

고친 뒤 — 맨 위 설명이 바뀌고, 반영일에 오른 것·내린 것과 '높은 점수인데 내림' 칸이 앞에 섰다 (다시 그린 화면 · 실제와 다름)
고친 뒤 — 맨 위 설명이 바뀌고, 반영일에 오른 것·내린 것과 '높은 점수인데 내림' 칸이 앞에 섰다 (다시 그린 화면 · 실제와 다름)크게 보기

같은 날 두 가지를 더 바꿨다. 주가는 이미 나왔는데 실적 숫자 하나가 늦는다고 채점이 통째로 닫히던 회사들이 있었다. 이제는 주가가 있으면 채점하고, 늦는 쪽 판정만 비워 둔다. 그리고 미미가 뽑은 일곱만 보지 않기로 했다. 미미가 지켜보는 회사 전부가 발표할 때마다, 뽑혔든 안 뽑혔든 같은 자로 점수와 주가를 따로 적어 둔다. 코치가 내보낸 선수만이 아니라 리그 선수 전원의 기록을 보는 셈이다.

지금 보면

채점 기준은 한 달 전에 내가 바꿔 놨는데, 화면에는 아직 '적중' 이라고 떠 있었다. 그걸 보니 나도 다시 헷갈렸다..

오늘의 연습

채점이 늘 「맞혔다」 면, 잘하고 있는 게 아니라 문제가 너무 쉬운 걸 수 있다. 다 맞히는 시험은 누가 공부했는지 가르지 못한다. 무언가를 채점하게 만들 때는 먼저 한 줄을 적어 둔다. 이 동그라미가 누구의 성적표에 적히는지. 미미는 그 답을 바꾸는 데 하룻밤, 화면 글자까지 따라가는 데 한 달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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